미국항공우주국(NASA)은 27일 오전 8시 14분(한국시간) 다트 임무로 우주선을 근지구 쌍소행성 디디모스의 위성(부속) 소행성 디모포스에 충돌시켜 소행성 궤도를 바꾸는 시도를 한다.
데모포스는 지름 약 160m로 자유의 여신상(93m)보다 큰 소행성으로 디디모스 주위를 지구와 약 1100만 km 떨어진 곳에서 11.5시간 주기로 돌고 있다. 다트 우주선은 군용 기술을 개량해 적용했기 때문에 미사일과 비슷한 원리를 가진 탐사선이다. 미사일 유도 알고리즘으로 자동항법장치를 이용해 비행궤적을 스스로 정하고 데모포스에 초당 6.6km의 속도로 나아가 소행성을 들이받을 예정이다. 탐사선은 충돌 이후 사라지기 때문에 충돌에 앞서 초소형 위성으로 충돌 장면을 찍고 지상망원경, 우주망원경을 동원해 ‘소행성 밀어내기’가 성공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인류 최초의 소행성으로부터 지구를 구하는 프로젝트 ‘목표지’가 우주선 카메라에 포착됐다. 8일(현지 시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소행성 디디모스(Didymos)와 위성 디모포스(Dimorphos)의 모습을 사진으로 공개했다.
이 이미지(위)는 현재 디디모스를 향해 날고 있는 다트(DART) 우주선이 지난 7월 27일 촬영한 총 243장의 이미지를 합성해 만든 것이다. 공개된 사진을 보면 디디모스는 작은 점 수준으로 확인되지만 그 위성인 디모포스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해당 이미지가 의미 있는 것은 향후 충돌할 목표지의 위치가 정확히 확인됐다는 점에서 다만 촬영 당시 소행성과의 거리가 약 3200만㎞나 떨어져 있어 상세한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지구 위협 소행성 약 2000개
소행성은 일반적으로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천체를 의미한다. 지구까지 거리가 750만㎞보다 가깝고 지름이 140m보다 크다면 지구 위협 소행성으로 불리는데 지금까지 2200여개가 발견됐다.
영화에서처럼 지구와 소행성 충돌 확률은 낮다. 매달 평균 3~4회 소행성이 지구와 달 사이의 거리보다 가까이 지나가지만 거의 위협적이지 않다. 소행성은 궤도를 얼마나 장기간 정밀하게 관측해왔으며 위치를 분석하느냐가 중요해 소행성 탐지와 경로 분석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소행성은 때로 인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기도 한다. 2013년 2월 러시아 첼랴빈스크에서 유성체 폭발 사고로 건물 7000여 채가 무너져 1500여 명의 인명 피해를 유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당장 지구에 직접적인 재난을 끼칠 만한 소행성은 없다. NASA에 따르면 2182년경 소행성 베누가 확률 2700분의 1로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간접적으로는 2029년 4월께 지구 정지궤도 위성 고도인 3만6000㎞ 안쪽에 지구에 근접하는 아포피스 소행성이 인공위성에 영향을 미쳐 통신장애 등 간접적인 피해를 줄 여지가 있다.
7월 7일 밤 애리조나주 로웰 천문대 4.3m 망원경으로 촬영한 데모포스(Dimorphos)의 모습(원안). 사진=Lowell Observatory/N.Moskovitz
DART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엔지니어 엘레나 아담스는 “해당 이미지는 우리의 이미징 기술을 증명하기 위한 테스트 용도”라며 “이미지의 질이 지상 망원경으로 얻을 수 있는 것과 유사하지만 광학항법카메라(DRACO)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NASA에 따르면 DART 프로젝트 팀은 5시간마다 소행성을 관측하면서 향후 3주 동안 3차례 궤적 수정 기동을 실행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DART 우주선은 충돌하는 데 필요한 오차 범위를 최대한 줄이게 된다.
DART(Double Asteroid Redirection Test)는 폭발물을 탑재하지 않은 500km 정도의 작은 우주선으로 지난해 11월 24일 발사됐다. 목적지는 소행성 디모스로 26일, DART 우주선은 위성 디모스와 충돌할 예정이다. DART 우주선이 일부러 데모포스와 충돌하는 이유는 미래에 지구를 위협하는 소행성과 충돌해 그 궤도를 변경할 수 있는지를 실험하는 것이다.
곧 미래에 지구를 위협할 수 있는 소행성의 궤도를 변경하려는 인류 최초의 실험인 셈으로, 만약 성공하면 지구 방어 임무를 위한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이번에 실험 대상이 된 데모포스는 지름 170m 정도의 작은 소행성으로 3주 후에는 지구에서 약 1080만 km 떨어진 거리를 지날 예정이다. 이번 실험을 통해 전문가들은 충돌 후 두 천체가 어떻게 속도와 궤도가 변화하는지 그 미세한 차이를 분석할 예정이다.
소행성 궤도 변경의 첫 단추
이러한 소행성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소행성에 폭발물 설치, 소행성 궤도 변경, 소행성을 끌어오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폭발물을 설치할 경우에는 폭발 후 파편이 튀어 오히려 지구 근처로 갈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 소행성은 자체 중력이 작아 직접 착륙하기 어렵고 일본 탐사선 등이 시료를 검출하는 정도의 단계에 머물고 있다. 따라서 가장 현실적인 시도는 궤도 변경이다. 지구에 위협을 줄 가능성이 없는 우주 공간에서 일정량의 충격을 주고 궤도만 변경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이번 다트 임무도 지구에 피해를 줄 가능성이 없는 소행성에서 이뤄진다. 탐사선이 소행성에 충돌해 소행성의 질량과 구성 성분, 내부 구조 등을 조사해 미래 소행성이 지구에 충돌하는 긴급 상황에 대비하는 기술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천문연 소속으로 다트 임무에 참여한 이희재 박사는 “NASA 연구진의 예측으로는 궤도 주기가 11.5시간에서 70초 정도 바뀔 것으로 예측되는데, 이런 실험이 쌓이면 지구에 위협을 주는 소행성이 있으면 작은 변화에도 충돌을 예방할 수 있다”며 “이번에는 주행성이 아닌 위성 소행성이라는 작은 소행성을 목표로 궤도에 변화를 주고 이와 유사한 소행성의 성분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초소형 위성으로 촬영
다트는 우주선 본체가 운동역학 충돌체에서 직접 소행성에 충돌하기 때문에 충돌 후 나타나는 변화를 직접 관측할 수 없다. 이를 위해 우주선에 이탈리아 우주국의 초소형 위성(큐브 세트)인 리시아 큐브를 실은 뒤 이를 발사해 DART 우주선의 충돌 장면을 촬영할 예정이다. 리시아큐브는 우주선 뒤쪽에서 우주선과 소행성의 충돌 장면을 촬영한 직후 데모포스를 지날 예정이다.
문홍규 천문연 우주탐사그룹장은 “임무팀은 세계 각국의 지상망원경과 허블우주망원경, 제임스웹우주망원경 등으로 디디모스를 관측해 충돌로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감시하고 데모포스의 궤도 변화를 확인한다”면서 “천문학년도 보현산천문대망원경, 레몬산천문대망원경, 소백산천문대망원경, 우주물체전자광학감시시스템(OWL-Net) 망원경을 이용해 데모포스의 궤도 변화를 조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