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폰'(The Black Phone)
관람일시: 2022년 9월 10일 관람극장: 메가박스 일산 벨라시타 관람평점:★★★☆
스콧 데릭슨 감독의 공포영화 블랙폰을 관람했어요. 단순히 아이들을 납치해 그곳에서 천신만고 끝에 탈출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라고 생각해 봤는데 의외로 가족, 미스터리, 스릴러 등의 장르에 오컬트적인 부분도 녹아 있었습니다. 이번 추석 시즌에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작품이긴 했지만, 살펴보니 직배사인 유니버셜이 이렇게 과감하게 추석 시즌에 개봉을 단행한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됐습니다. 한국영화 한 편만 날개를 달아 펄펄 나는 상황에서 이 영화 ‘블랙폰’의 과감한 개봉에 슬그머니 재를 뿌리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일단 추석 시즌에 가족이나 친구들과 관람해도 무난할 것 같은 작품입니다. 한두 장면만 제외하면 그리 잔인한 비주얼도 등장하지 않고, 보다 보면 오히려 아쉬움과 함께 따뜻한 기운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근거 없는 납치범 이야기는 조금 투박했지만 이마저도 배우 이단 호크가 어느 정도 커버해주는군요. 본문에 몰래 스포일러가 담겨있으니 아직 영화를 못 보신 분들 중 보실 분들은 여기까지 읽고 통과해 주시기 바랍니다.
줄거리 1978년 미국의 한 작은 시골 마을. 아이들끼리 야구 경기도 치러지고 나름 활기찬 마을의 모습이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이들, 그것도 남자아이들만 하나 둘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벽에 보이는 곳이면 어디든 붙고 점점 그 수가 늘어나는 실종아동 전단. 또래보다 몸집이 작은 주인공 피니는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가 사라진 것은 후련할지 몰라도 가장 가까웠던 친구까지 사라지면 혼란에 빠집니다. 학교에서는 동급생들의 괴롭힘에, 집안에서는 늘 술에 취해 있는 아버지가 그를 괴롭히기도 했지만 그럭저럭 버티며 여동생 그웬과 잘 지내던 피니. 그러던 중 그 앞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들고 있던 짐을 놓쳐 어쩔 줄 몰라하던 그 남자를 구하려던 피니는 그 길에 납치됐고, 눈을 떠보니 햇빛도 잘 들어오지 않는 낯선 지하실입니다. 그리고 그가 깨어난 매트리스 옆에는 전화선이 끊어져 있는 낡은 검은 전화기가 한 대 걸려 있었습니다.
무섭다기보다 가슴이 뜨거워지는 공포영화 이 영화 <블랙폰>은 공포, 스릴러 장르 전문 제작사인 블룸하우스 작품입니다. 이 장르에서는 중간 이상은 하고 있고 이 장르에 선택과 집중을 한 제작사로서 이 장르에 상당히 특화된 곳이기도 합니다. 공포영화라는 장르의 제목을 달고 등장한 작품이기 때문에 일부 관객들에게 이 작품은 만족스럽지 못한 장르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여러 차례 깜짝 놀라게 하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이 장면이 무섭거나 소름 끼치는 장면이라기보다는 아쉽거나 가슴 아픈 감정으로 보는 이들에게 다가가기 때문입니다. 초반을 지나 주인공 휘니가 납치되기 이전에 납치된 사람들의 전화를 차례로 받게 되면서 상세한 설명 없이 이렇게 진행되는 이 영화 <블랙폰>의 스토리 흐름에 조금 당황했지만 후반부 마지막 절친이었던 친구의 전화를 받을 무렵에는 주인공 휘니가 꼭 살아갈 수 있기를 응원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살아 돌아오길 간절히 바라는 여동생 그웬과 재회했고, 결말로 서로를 끌어안고 싶은 마음도 물론 있었습니다.
블룸하우스, 오랜만에 ‘작품’을 하나 내놓은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이 영화 ‘블랙폰’에서 아이들을 납치하는 남자 그래버는 특히 정체가 무엇인지도, 어디서 와서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대한 아무런 정보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그냥 아이들을 납치해 적당히 가둬 두었다가 삐면 살해하고 맞은편 빈집에 매장해 버리는 인물이었습니다. 주인공 피니는 또래 내에서 작고 연액적인 존재였지만 아버지의 음주와 친구의 실종, 그리고 자신에게 닥친 납치라는 위험천만한 상황에 힘입어(?)가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게 되고 나아가 내면의 성장까지 이뤄냅니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서브 장르에 성장 영화까지 추가하셔도 되겠네요.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들의 간절한 마음, 그리고 어린 아이의 이야기라고 무시하지 않고 귀 기울여주는 일부 어른들의 따뜻한 마음, 여기에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아이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아버지의 모습까지, 이 영화 ‘블랙폰’은 공포영화이면서도 영화가 끝나면 무서운 장면을 봤음에도 무서웠다기보다 가슴 뭉클해지는 감정이 더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최근 블룸하우스 작품의 면면이 좀 비슷했는데, 이 영화 ‘블랙폰’으로 다시 그 명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될 것 같은 느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