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디자인 터닝 포인트】②피아트 팬더
1960년대 유럽에서 자동차 대중화가 진행되면서 사두기 부담 없는 가격과 놓고 운전하기 편리하고 실용적인 소형차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었다. 자동차회사 관점에서는 저렴한 차를 만들려면 개발과 생산비용을 줄여야 하지만 소비자 눈높이에 맞추면서 그렇게 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다만 최근에 비하면 1960~70년대는 안전이나 환경 관련 규제가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용 절감 차원에서 1950년대 기술과 설계에 뿌리를 둔 차량이 계속 만들어질 수 있었다.
피아트 500 (출처 : Stellantis)
당대 베스트 셀러 소형차로 꼽히는 폴크스바겐 타입 원”비틀”오스틴/모리스 미니, 시트로엥 2CV, 르노 4, 피아트 500 같은 차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멀리는 1930년대에, 가깝게는 1950년대에 개발된 20~30년간 생산되고, 사소한 변화를 제외하면 큰 틀에서 처음 만들어졌을 때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완전한 새 모델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자동차 업체에는 길게 만들어 팔수록 이익을 얻는 차량이었다.1970년대 들어서는 이야기가 크게 바뀐다. 자동차의 대량 보급에 비롯된 환경과 안전 문제가 사회 문제가 된다, 용키풀 전쟁( 제4차 중동 전쟁)에서 시작된 석유 파동이 세계를 덮쳤다. 자동차 업체는 변화한 환경에 적합한 신차를 출시해야 했지만 여전히 소형차가 많은 돈을 걸기는 어려웠다. 그래서 기술적으로는 앞선 세대의 차와 다름없는 실내외는 보다 현대적으로 장식한 차로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피아트 126 (출처 : Stellantis)
이탈리아 피아트도 마찬가지로 1972년 126이라는 새로운 모델을 출시했는데 이는 126의 전신인 500을 현대화하는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경쟁사들의 대응은 좀 더 적극적이었다. 대표적인 예는 126과 같은 해 프랑스 르노가 선보인 르노5였다. 설계와 부품 상당 부분을 1961년 출시된 르노4에서 가져왔는데 프랑스 특유의 감성에 1970년대 산업 디자인 흐름을 반영한 르노5는 프랑스는 물론 유럽 국가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다.
르노5 (출처 : Stellantis)
소형차만 아니라 1970년대의 피아트 차는 거의 개발된 지 오래다 상태였다. 대소의 손질을 가하고 변화에 대응했으나 라이벌 회사의 신차와 비교하면 낡은 분위기가 분명했다. 피아트 경영진은 소비자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는 신차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가장 많이 팔리는 소형차부터 대대적 변화를 반영하기로 했다. 르노 5이 신세대 프랑스 소형차의 길을 열었듯 이탈리아 소형차의 새로운 세대를 처음 차를 만들겠다는 생각이었다.126이 출시된 지 4년여 지난 1976년 피아트 CEO였던 비치·데·베네뎃티은 126의 뒤를 이을 새로운 모델의 디자인을 결정하는 것에 외부 업체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카로 체리아·벨토ー네와 기아를 거쳐서 독립한 죠루 제트·쥬지아로 Giorgetto Giugiaro의 이탈 디자인 Italdesign이 협력 대상이었다. 베네뎃티의 요구 사항은 단순했다. 생산 원가와 차체 중량은 126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춘 튼튼하고 실용적인 차를 디자인 한다는 것이었다.피아트 127 (출처 : Stellantis)피아트 128 (출처 : Stellantis)헐값으로 사서 헐값으로 굴릴 수 있는 작은 차라는 아이디어는 1930년대 인기 모델이었던 오리지널 500이후 피아트 대중 차의 핵심 경쟁력이었다. 쥬지아ー로은 이를 현대적인 차로 실현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아야 하고 그가 발견한 답은 1980년 제네바 모터쇼에서 처음 공개된 팬더를 통해서 밝혀졌다. 팬더의 디자인은 127,128등 당시 피아트가 만들던 낡은 디자인의 다른 차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스타일로 눈길을 끌었다.팬더는 쥬지아ー로이 1970년대 초에 선 보였다”종이 접기 디자인”이 가장 간결한 형태로 구현된. 차체는 극히 단순한 상형이다, 차체를 이루는 패널은 거의 완전한 평면에 가까웠다. 창문은 모두 평면 유리를 사용하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에는 넓은 안팎 유리에 복합 곡면 유리를 옆에는 단순 곡면 유리가 사용하지만 팬더는 가장 가공하기 쉬운 형태인 평면 유리에 통일했다.피아트 팬더(출처 : Stellantis)범퍼는 한 덩어리의 플라스틱이며 검은 소재가 그대로 나타나는 형태였다. 차체 측면 아래도 같은 소재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지고 상당한 충격이나 상처에도 굴하지 않았다. 앞서서 피로한 르노 5도 플라스틱 범퍼를 통해서 비슷한 접근을 보였지만 팬더는 플라스틱의 사용 범위를 더욱 벌렸다.분위기는 꽤 다르지만 팬더의 실내외 요소, 특히 단순한 부품 구성과 저렴한 소재를 감각적으로 처리한 것은 르노 5의 공통점이다. 범퍼가 좋은 사례로 전체가 똘똘 뭉친 범퍼를 광택 없는 검은 플라스틱으로 만들었다. 쥬지아로은 한발 더 나아 플라스틱 사용 범위를 차체 측면으로 넓히고 충격과 상처로부터 차체를 보호하는 기능적 역할과 차체를 이루는 디자인 요소로서의 역할을 함께 하도록 했다.피아트 팬더(출처 : Stellantis)실내에서도 실용성과 아름다움을 모두 고려한 모습이 포착됐다. 많은 부분에 차체 강판이 그대로 드러났지만 값싸면서도 감각적인 직물 내장재에서 젊고 화려한 분위기로 만들었다. 복잡한 성형이나 가공이 필요 없는 만큼 생산 코스트도 높지 않았다. 계기반에는 글로브 박스 대신 개방된 선반형 수납 공간을 만들고 잡다한 것을 그대로 넣어 둘 수 있도록 했다. 뒷좌석은 휴대용 접이 의자처럼 쉽게 떼어 낼 수 있어 실내 공간을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었다.쥬지아로의 아들인 화브리츠이오·쥬지아로은 훗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쥬지아로이 판다를 디자인한다”냉장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 냉장고처럼 겉은 딱딱하고 수수하지만, 안에는 많은 것을 넣을 수 있다는 뜻이었다. 팬더는 단순하고 값싼 차에 그치지 않고 승용차를 처음 사는 젊은 세대가 좋아할 만한 감각적 요소를 반영함으로써 세대를 합친 호응을 얻었다. 쥬지아로은 팬더 디자인으로 1981년 이탈리아 최고의 산업 디자인 상인 황금 컴퍼스 Compasod’Oro을 수상했다.피아트 팬더(출처 : Stellantis)1세대 판다는 첫 7년간 150만대가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고, 수많은 변화와 개선을 거쳐 2세대 모델에 자리를 내준 2003년까지 449만대 이상 생산됐다. 판다는 시장에서의 인기로 피아트의 이미지를 바꿨을 뿐만 아니라 피아트 디자인에도 큰 전환점이 됐다. 판다를 시작으로 1983년 나온 은호, 1985년 나온 중형 세단 크로마, 1988년 나온 티포 등이 잇따라 출시되며 피아트 디자인의 세대교체를 완벽하게 이뤄낸다.피아트 우노 (출처 : Stellantis)피아트 크로마(출처: Stellantis)피아트 티포 (출처 : Stellantis)판다에서 시작된 피아트의 새로운 패밀리 디자인은 1990년대 중반까지 브랜드 이미지와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판다와 마찬가지로 이타르디자인이 디자인한 우노는 1984년 유럽 올해의 차로 선정됐고, 역시 이타르디자인이 디자인한 크로마는 한동안 고급차 시장에서 벗어나 있던 피아트를 다시 무대에 올렸다. I.DE.A가 디자인한 티포는 더욱 현대화된 디자인과 함께 혁신적인 설계와 생산 기술을 반영해 피아트 수익 향상에 도움을 줬다. 이처럼 판다는 피아트 디자인뿐만 아니라 피아트 기술과 생산 개념 변화의 출발점이기도 했다.글 | 류천희 자동차 칼럼니스트([email protected] )’네이버 디자인’ 콘텐츠는 디자인 프레스 네이버 채널(블로그 포스트 네이버 TV)을 통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됩니다.디자인프레스는 창작과 기획 분야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기 위해 2021년 12월 ‘헤이팝’을 론칭했습니다.’네이버 디자인’ 테마판으로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신 ‘오 크리에이터’와 ‘잇 프로젝트’는 리뉴얼을 거친 후 ‘헤이팝’을 통해 다시 인사드릴 예정입니다.heyPOP l 헤이팝 Discover Your Favorites. 매일매일의 새로움, 세상의 모든 팝업을 헤이팝으로 만나보세요.heypop.krheyPOP l 헤이팝 Discover Your Favorites. 매일매일의 새로움, 세상의 모든 팝업을 헤이팝으로 만나보세요.heypop.krheyPOP l 헤이팝 Discover Your Favorites. 매일매일의 새로움, 세상의 모든 팝업을 헤이팝으로 만나보세요.heypop.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