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에 따라 사는 것도 내 꼴이지만 기본 아이템이 전혀 없는 옷장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이다. ‘클로젯의 기본기’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요즘 같은 시기에 맞춤 셔츠가 완성됐다는 테일러샵의 연락을 받고 설레는 마음으로 보헨 맞춤 정장 종로점을 다시 찾았다.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223층의 새로운 계절을 앞두고 물욕이 넘치지만 시기가 시기여서 요즘은 합리적인 쇼핑만 하고 있다. 그래서 가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맞춤 셔츠와 재킷을 구입했다.
1.네이비 칼라 플란넬 셔츠

셔츠에 대해 내 지론이 있는 어린 시절 셔츠는 격식이지만 어른 셔츠는 소모품이다. 그래서 셔츠가 뽀송뽀송하면 상의를 아무리 멋진 재킷을 걸쳐도 뽀송뽀송해 보인다.

적당히 입고 싶다면 엔진오일을 바꾸듯 새 셔츠를 한번씩 맞추는 게 좋다. 늘 얘기하지만 버릴 것과 남길 것을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어른과 남성의 지혜다.

여름에는 땀이 많이 나니까 금속 시계줄이 낫다. 반면 금속시계 줄은 상대적으로 무거워 날이 차가우면 손목이 시려진다. 생각나는 김에 슬쩍 시계줄을 바꿔본다. 매일 정장을 입는 직업이 아니라면 나일론 스트랩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나는 브라운 컬러의 가죽 스트랩을 가장 좋아한다. 1만원 안팎의 시계줄 교환 공구를 한 번 구입한다면 훨씬 편리하니 참고하기 바란다.
손목에 내 이니셜을 필기체로 남겼다. ‘S.H.Yun’ 역사에는 남기지 않아도 셔츠에는 이름을 남길 수 있다.

언뜻 보면 평범한 네이비 드레스 셔츠로 보이지만 이 셔츠에는 특별한 비밀이 숨겨져 있다. 비밀의 근원은 바로 반죽이다.

기모감이 있는 두꺼운 플란넬 셔츠로 재킷을 입지 않아도 요즘처럼 일교차가 큰 시기에는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이너로 입어도 보온성이 좋아 따뜻하다. 평소에 즐겨입는 편한 데님팬츠를 입었어. 셔츠에는 스트라이프 타이로 포인트를 줬다.
2. 브라운 글렌 체크 자켓의 신중한 재킷과 톤온톤 매치의 이너웨어가 만들어낸 우아한 상의 느낌, 그리고 데님 팬츠의 경쾌함이 어우러져 신선하면서도 재미있는 분위기가 감돈다. 차분한 인상의 잔잔한 체크는 올 시즌 주목할 패턴이다.

초보자와 베테랑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재킷이 있다. 바로 브라운 컬러의 글렌 체크 자켓은 활용도가 뛰어나 프레피룩부터 이탈리안 드레스업 스타일까지 체크 초보자부터 마니아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아이템이다. 밝은 브라운 체크 자켓에 재킷과 비슷한 컬러톤의 타이를 매치한 뒤 경쾌한 느낌의 데님 팬츠로 완성한 스타일이다.

비싼 옷은 돈만 있으면 하루에 100벌도 살 수 있다. 정말 귀한 옷은 나와 함께 나이 든 것, 내 몸을 계속 감싸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렇다고 반팔 티셔츠를 30년 동안 입기는 좀 창피해서 오래 입었던 두꺼운 청바지를 갈아입었다. 나와 비슷한 옷이 나의 역사를 담고 있는 것이다.

재킷 특유의 신중한 분위기를 줄이고 충돌 에너지를 형성하는 데님 팬츠만큼 뛰어난 능력자는 없다. 데님 팬츠를 매치하면 체크 자켓도 한층 쉬워진다. 톤을 맞추면 세련된 이미지를 연출하거나 앞서 소개한 것처럼 반전의 매력을 느낄 수도 있다.

차분함과 신중함, 클래식한 분위기가 어우러져 가을을 만끽하기에 충분하다. 올 가을에는 체크 자켓의 즐거움을 느끼길 바란다. 단정하고 깔끔한 브라운 자켓에 밝은 컬러의 패턴으로 무게감을 줄인 체크 자켓으로 비즈니스 룩부터 캐주얼 스타일까지 어디에나 어울리는 자켓 스타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