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칸센 10년 안에 사람 없이 달린다? ●철도자율주행 어디까지 왔나

자율주행 기술 상용화됐지만…고속철도, 긴 노선·속도 등 숙제 관제실의 제어 ‘자율주행’, 열차 스스로 생각하는 ‘자율주행’ 개념부터 달라 국내 자율주행 연구철도연을 중심으로 진행 장락교 철도연 본부장 “따라간 철도기술, 자율주행으로 운영주권을 갖는다”

일본 고속열차 신칸센이 무인 자율주행을 본격 도입한다. 10년 내 기관사 없이 자율주행이 목표다.[사진=JR 동일본] 일본이 고속열차 ‘신칸센’의 무인 자율주행 본격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10년 안에 신칸센 자동운전을 실현한다. 기관사 없이 신칸센 자율주행이 목표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에 대한 대비가 이유다.

JR동일본은 경영비전 ‘변혁 2027’을 통해 무인 자율주행 구현을 위한 ‘자율열차 운전장치(ATO)’를 연구개발 중이다. 지난해 11월 17일 신칸센의 자율주행 모습을 처음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시험주행을 통해 신칸센은 니가타역과 차량기지 간 약 5km의 길을 3번 왕복했다.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이 시험 연구에서 JR동일본은 로컬 5G를 이용해 고정밀 영상을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등 철도에서의 5G 활용 가능성을 검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신칸센 운전실에는 기관사가 앉아 있었지만 특별한 조작은 하지 않았다. 시속 약 100㎞에서 정해진 속도까지 가속해 정지하는 동작이 모두 자동으로 이뤄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에 따르면 무인 시스템은 승차 구간에 정확히 맞추지 못했다고 한다. (승차 위치와 8cm 어긋남) 하지만 승객이 탑승한 구간이 아닌 아무도 타지 않는 차량기지 구간만이라도 무인으로 만들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 이미 많이 진행된 열차의 무인 자동화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일본이 철도 무인운전을 주도하고 있는지 여부다. 사실 철도 무인운전은 오랫동안 연구돼 온 분야다. 열차가 역을 출발하는 데 필요한 신호 감지, 전방 주시, 여객 승하차 종료에 따른 도어 개폐 여부 확인 등은 기관사가 별도 확인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가능하다. 자동열차제어장치(ATC) 탑재, 자동열차운전장치(ATO) 등으로 이미 상당 부분 자동화됐다.

우리나라도 신분당선 지하철, 우이 신설 경전철, 인천 도시철도 2호선 등 다수의 노선을 운전자 없이 운영하고 있다. 세계대중교통협회가 정한 철도운행 자동화 등급은 총 1~4단계로 나뉜다. 최고 등급인 GOA4는 열차 출발과 도착, 출입문 개폐, 비상상황에 대한 방호 등이 모두 자동으로 이뤄져 운전자와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지만 국내외 많은 철도가 GOA4로 운영 중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말하는 신칸센 무인운전은 특별한 기술이 필요 없는 것일까. GOA 4단계 철도와 달리 고속열차는 역과 역 사이 거리가 30㎞ 안팎으로 길어 그만큼 선로 조건이 복잡하다. 속도도 빠르고 승하차하는 손님 수도 많다. 노선 사정에 따라 열차를 분리·결합도 필요하고, 다음 역에 정차할지 통과할지 열차마다 조건도 달라 고속 열차를 완전 무인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연구개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철도 자율주행과 무인 운전, 전혀 다르다?

한국철도연구원은 5G 기반 열차 자율주행을 연구개발하고 있다. 철도연이 오송 철도종합시험 선로에서 실시한 열차 간 정밀 간격 제어 시험 모습. [영상=조도연 유튜브]

사람 없이 스스로 가는 열차, 그럼 우리는 철도 자율주행을 실현한 것일까? 여기서 우리는 열차와 자동차의 자율주행 개념을 지적해야 한다.

열차 무인운전은 운전자는 없지만 관제실에서 열차 위치, 상태를 모니터링하면서 ‘지상 중심’으로 원격 제어하는 것이다. 일반인의 눈에 띄지 않지만 역사마다 기계실이 설치되어 있는데, 이곳에 있는 많은 하드웨어 기기에서 열차를 움직이다 멈추는 등 제어한다.

반면 철도자율주행은 관제실 제어 없이 이 모든 작업을 ‘열차 중심’으로 하는 것을 말한다. 열차끼리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면서 협업을 통해 열차 간격을 조절하는 등 간격 제어와 분기 제어를 수행할 수 있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스스로 경로를 재설정하는 등 열차가 스스로 생각하고 주행 중 열차 간 분리 결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지상의 하드웨어 장비를 제거하고 차에서 모든 것을 하자는 게 핵심인 셈이다.

철도 자율주행은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다. 아직 제대로 개념과 기준이 없어 각국 철도 관계자들이 기준을 만들어 표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주도로 LOA(Level of Autonomy)라는 이름을 붙여 기준을 마련해 제시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무인운전은 오랫동안 연구돼 왔고 GOA 등의 기준이 마련됐지만 철도자율주행은 이제 막 연구를 시작하는 단계다. 아직 제대로 개념과 기준이 없어 각국 철도 관계자들이 기준을 만들어 표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은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주도로 LOA(Level of Autonomy)라는 이름을 붙여 기준을 마련해 제시하고 있다.

철도연은 LOA 기준과 함께 열차 자율주행 시스템에 필요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세계 최초로 5G 통신 기반 열차 자율주행 시스템 핵심 제어 기술을 개발했다. 관련 기술은 유럽 철도 언론에 관련 기술이 심층 보도되면서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 기술은 열차끼리 직접 통신해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열차 스스로 결정하고 제어하는 핵심 기술이다. 지상 신호 설비를 최소화할 수 있고 5G 기반으로 통신 지연을 단축해 열차 운행 간격을 30%, 수송력도 최대 30% 이상 증대할 수 있다.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정락교 본부장은 서울 지하철 2호선을 예로 들며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2호선의 운전시격(선행열차와 후속열차 간 운전을 위한 배차시간 간격)은 약 150초이지만 이 시스템을 적용하면 90초까지 앞당길 수 있다.

그는 “열차는 앞차와의 간격을 두고 운영하지만 현재는 지상에 설치된 컴퓨터로 정보를 주고받고 거기서 모든 것을 결정하려고 하면 시간이 늦어진다. 반면 열차끼리 소통하면 앞차와의 거리 속도 등을 따져 시간을 단축하고 그만큼 많은 사람을 태울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철도연은 오송 철도 종합 시험 선로에서 지속 테스트하여 안정성을 높이고 있다. 그는 휴대전화 통신은 끊기면 다시 연결해도 되지만 열차는 다르다. 무선이지만 유선처럼 정확하고 끊김이 없어야 하고 속도도 빨라야 한다. 해킹 등으로부터 보안도 중요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안정성 있는 컴퓨팅을 실현하기 위한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연구개발한 5G 기술 실증 및 민간 운영사와의 협력 등을 거쳐 2035년 한국에서 자율주행 열차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특히 고속철도에 비해 속도와 규모 등이 작아 제어가 비교적 용이한 경전철 등 도시철도에서는 적용을 기대했다.

◆ 한국이 철도 운영 주권을 갖는 날 곧 올 것이다.

세계 최초의 5G 통신 기반 열차 자율주행 시스템 핵심 제어 기술을 개발한 정락교 본부장. [사진=김지영 기자]철도는 강국을 쫓는 기술이었어요. 열차 자율주행 기술로 이제 바뀝니다. 지금까지 없었던 일들을 새롭게 구현하는 획기적인 기술을 통해 우리가 철도 운영 주권을 가질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 말과 가마를 타고 다니던 1800년대 유럽은 철도를 개통하면서 사람들의 발과 다리가 되어 주었다.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은 여전히 철도 강국으로 꼽힌다. 철도는 사람의 이동을 위해 안전하고 검증된 기술이 중요한 기술이다. 그래서 선진국에 종속된 기술 중 하나였고 후발주자인 한국은 선진국의 기술을 뒤쫓을 수밖에 없었다.

현 상황에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게 열차 자율주행 기술이다. 그는 “선진국을 쫓은 우리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며 “연구개발뿐 아니라 자율주행이 현실이 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혼잡배차에서 어떻게 기술을 활용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지 등 활용 측면도 함께 연구하겠다”고 덧붙였다.한국철도연구원은 5G 기반 열차 자율주행을 연구개발 중이다. 관련 영상을 통해 열차 자율주행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상=조도연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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