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보지 않는 심채경 (문학의 거리) [책] 천문학자는

‘프로젝트 헬메리’ 때문이다. 그 책을 읽고 마음이 설레던 차에 전자도서관에서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이다. SNS에서 책 리뷰와 광고를 정말 많이 봤는데 몇몇 서점의 베스트 상위에 계속 올라 있는 것만 봐도 그때는 관심이 없었다. 흥, 천문학이란. 그래서 천문학자는 뭘 할까?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우와. 책이 좋은 거야. 박식한 자만이 자랑할 수 있는 위트와 훈훈한 자의 감성이 적당히 섞여 있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 같아서 부럽기도 해. 천문학자인데 글도 잘 쓰네. 젊은 박사 같지만 몇 살 부스럭부스럭 나보다 어리면 질투가 더 났을 거야 1982년생이래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 중에서 물리 다음으로 지구과학이 별로였던 고등학교 시절을 회상하는 내용이 자꾸 나온다. 황도에, 십이궁에, 자전, 공전, 행성, 항성, 외항성, 내항성…. 집중력이 안드로메다로… 그래. 이런건 그냥 읽을 뿐이야. 100% 이해할 수 없다고 체념하고 그럴 필요도 없다.

헤일메리를 보지 않았다면 한 고비에서 던져버렸을 텐데. 헤일 메리를 읽은 후에는 아주 오래된, 그래서 거의 기억나지 않는 지식을 더듬어 읽었다. (기순정헤일메어리) 그렇다고 이 책이 다 지구과학 천문학의 어려운 이야기인가. 아니, 적당히 잘 섞은 에세이다. 전문적인 이야기와 그런 시각에서 보는 다른 분야, 삶의 이야기가 모두 담겨있다.

어린 왕자를 포함해 각종 시, 소설, 영화에 나오는 우주, 달, 어린 이야기를 갑자기 과학자의 눈높이에서 분석하고 설명해 줄 때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런건 직업병이라니까? 최근 인기 있는 다리에 다녀온 이웃 블로거들의 느낌을 보는 내 마음이 이것저것 따지고 들듯…

제자들에게 따뜻하게 보낸 메일이 몇 통 들어 있는데 이런 선생님이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후 e메일을 받은 (성적 재평가를 요청하거나 출석을 보라고 한) 학생들은 부드럽게 썼는데 어쨌든 단호하게 거절당해 짜증이 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도 정말 많이 읽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책읽기를 보니 말도 잘했다. 후훗 마음에 들어

▶밑줄 친 글-떠난 사람들은 못 남은 것이 아니라 남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고, 남은 사람들은 못 떠난 것이 아니라 떠나는 것이 없기를 선택한 것이었다.

-대학이고등학교연장선이나취업준비소가아니었으면좋겠다. 대학이 학문하는 곳이었으면 좋겠다. 공부라는 것을 좀 더 깊이 해보고 싶은 사람, 배움의 기쁨과 아는 고통을 젊은이 한 조각과 기꺼이 교환할 의향이 있는 사람만이 대학에서 그런 시간을 보내고 시간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자면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적으로 존중받고 경제적 부를 축적하며 살아갈 수 있는 사회여야 한다.

이 젊은 청춘에 저런 싸구려 축복까지 해주는 선생의 한자가 지금까지 없었던 게 화가 났다. 자네는 잘하면 자네만의 특질과 큰 가능성이 있다고 자네가 발을 들여놓기만 하면 앞뒤가 아니라 사방, 아니 만방에 길이 열린다고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가.

-연습 부족으로 생긴 빈틈은 그 원리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함으로써 메워질 수 있다는 것.

달빛을 받아 반짝이는 은빛 물결 은파(銀波)는 그런 뜻이다.

연구는 내가 인류의 대리자로서 행하는 것이며 그 결과를 논문으로 쓰는 것이다. 그래서 논문 속의 ‘우리’는 논문의 공저자들이 아니라 인류다.

책을 완성하기까지 꼬박 10번의 계절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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