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죽임의 결국 미궁 40년간 수사 비웃던 미 갑부 사망 3명 살해 의혹 올굿 에브리싱 주인공 마음 즐기듯 다큐멘터리 영화 참여 친구 살해로 복역중 심장마비
아내 살해 혐의로 40년 만에 기소된 로버트 더스트[AP연합뉴스 자료사진]. DB 및 재판매 금지]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40년 전 부인을 살해한 혐의를 받아온 미국 부동산의 갑부가 또 다른 살인죄로 복역 중 건강 악화로 사망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78세의 로버트 더스트는 캘리포니아주 시설에서 복역 중 인근 병원에서 검진을 받던 중 심장마비를 일으켜 이날 사망했다고 한다.
더스트는 2000년 당시 오랜 친구였던 수전 버먼(당시 55세)을 살해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해 왔다. 더스트는 버먼뿐만 아니라 1982년 당시 29세의 의대생이었던 부인 캐슬린, 2001년 도피생활 중 자신의 정체를 알아차린 이웃 모리스 블랙까지 모두 3명을 살해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그러나 부인에 대해서는 끝내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 실종사건이 발생했다.
로버트 버스트 2015년의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블랙에 대해서도 기소됐지만 몸싸움 과정에서 벌어진 정당방위로 인정돼 무죄판결을 받았다.
범죄 전문 작가였던 버먼은 더스트가 별장에서 부인을 죽인 뒤 범행을 숨기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의심받은 인물로 2000년 12월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머리에 총을 맞고 숨진 채 발견됐다. 배심원들은 버먼이 부인의 행방불명에 대해 수사관들에게 입을 열 것을 우려해 더스트가 버먼을 살해한 것으로 보고 유죄를 평결했다.
더스트는 뉴욕의 고층건물을 다수 소유한 부동산회사 더스트 오가제이션의 상속자이며 그동안 쟁쟁한 변호사들을 동원해 오랫동안 법망을 피해 왔다.
그러나 자신을 주인공으로 한 다큐멘터리 촬영 도중 증거가 나와 붙잡혔다. 인터뷰 촬영이 끝난 뒤 화장실에서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무심코 내가 뭘 했느냐? 물론 그들을 죽여버렸다고 혼잣말을 내뱉었고 검찰은 이를 토대로 버먼 살해 혐의로 더스트를 기소했다.
‘더 징크스’라는 제목의 다큐멘터리는 2015년 HBO에서 방송됐고 더스트는 마지막 회가 방송되기 전날 체포됐다.
영화 ‘올굿 에브리싱’ [영화 포스터 캡처 DB 및 재판매 금지]
검찰은 지난해 11월 더스트를 부인 살해 혐의로 추가 기소했으나 더스트가 옥중에서 사망하면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게 됐다.
더스트는 캐시가 실종됐을 당시 그와 말다툼을 벌였음은 인정했지만 살해 혐의는 부인해 왔다. 오히려 이 사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즐기는 듯 영화나 다큐멘터리 제작에 적극 참여해왔다. 더스트 이야기는 2010년 영화 《올 굿 에브리싱》(All Good Things)으로 제작되었다.
이 신문에 따르면 생전에 더스트는 아내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낙태를 종용했으며 이웃 사람 블랙의 시신을 도구로 잔혹하게 훼손해 엽기 살인마로 불렸다. 그는 도주 과정에서도 기이한 행동을 저질러 미국 잡지의 단골 소재가 됐다. 체구가 작은 그는 노숙인이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여성으로 가장하기도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그가 상속받은 재산은 약 (약)이라고 한다.
신유리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