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에서 범죄율을 낮추는 데 가장 큰 공을 들인 기기를 하나 고르라면 CCTV를 꼽을 수 있습니다. 누가 무엇을 하는지 24시간 지켜보고 있는 CCTV 아래라면 누구나 제멋대로 하고 싶은 행동을 자제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구 밖을 돌고 있는 인공위성이 지구온난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하늘 위의 CCTV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각국과 기업이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감시하는 것으로 말이죠.온실 가스를 탐지하는 위성 기술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꼽히는 온실효과가스! 온실가스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이산화탄소(CO2)와 메탄(CH4) 외에도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 삼불화질소(NF3) 등의 기체를 말합니다. 온실가스에 포함된 기체의 상당 부분에 탄소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온실가스를 감시하는 위성에는 물질이 방출하는 빛의 스펙트럼을 관찰하는 분광기(Spectroscope)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 장치는 화학물질마다 반사되는 빛이 다른 것을 이용하여 기체의 종류를 구별할 수 있습니다. 감시위성이 지구 표면에서 반사되는 빛을 분광기로 촬영해 보내면 이 이미지를 분석해 공기 중에 얼마나 많은 온실가스가 있는지, 가스가 많이 나오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탄소 중립을 위한 감시 위성 경쟁
2015년 파리 유엔 기후변화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은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 이하로 제한하기 위한 파리협정을 채택하고 이를 위해 각국마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세우게 됩니다. 한국도 2016년 파리협정을 비준해 2050년까지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하는 탄소의 양이 일치하는 탄소 중립 달성을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각국의 탄소 중립 계획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 만일 몰래 탄소를 배출하고 있는 기업이나 국가가 있는지 알 수 없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래서 환경 문제를 연구하는 기업이나 단체는 이 위성 기술을 이용하여 온난화의 범인을 찾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또한 환경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온실가스 배출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해, 그리고 탄소 외교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도 경쟁적으로 위성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유명한 온실가스 감시위성 1. 세계 최초 온실가스 감시위성 일본의 고셋
2009년 일본은 세계 최초로 온실가스를 측정할 수 있는 위성을 발사합니다.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개발한 고셋(GOSAT)은 고도 670㎞의 저궤도를 돌며 이산화탄소와 메탄 농도를 측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총 메탄 배출량이 자국의 온실가스 감축 계획과 반대로 2010년 이후 매년 1억kg씩 늘었다는 사실도 고셋 덕분에 알게 됐습니다. 고셋이 수집한 데이터는 일본 환경부를 통해 다른 나라에도 공유됩니다. 온실가스 측정 위성이 없는 한국도 고셋 정보를 이용해 화력발전소 주변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분석하는 등 국내 연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2. 제프 베이조스의 돈으로 일론 머스크가 띄우는 메테인 세트
메테인 세트(Methane SAT)는 이름 그대로 메탄 배출을 감시하는 인공위성입니다. 비영리 환경보호단체인 ‘환경방어기금(Environmental Defense Fund, EDF)’이 추진하는 프로젝트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회장이 1억달러를 기부하면서 유명해졌는데 이번에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와 계약을 맺고 2022년 발사 일정을 발표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주로 관측하는 기존 위성과 달리 온난화 원인의 25%밖에 되지 않지만 최대 85배의 온실효과를 유발하는 메탄에 중점적으로 관측할 계획입니다.3. 석유회사 지원받는 지에이치세트
캐나다 몬트리올에 본사를 둔 우주 스타트업 ‘지에이치샛(GHGSat)’은 지금까지 탄소 배출을 추적하는 위성을 3기나 발사했습니다. 이들 위성은 2년 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를 누출하고 있는 사실을 포착하고 카메룬의 수력발전댐으로 물속에 잠겨 있는 나무들이 분해돼 대량 메탄가스가 방출된 것을 막기도 했습니다. 앞으로 2023년까지 7개의 위성을 추가로 발사할 계획입니다. 지에이치샛은 투자자금의 출처가 사우디 아람코와 엑손모빌 등 세계 주요 석유기업인 점이 독특합니다. 석유기업들은 자신들이 파리협정을 준수하고 깨끗한 방법으로 석유를 생산하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4. 대한민국의 천리안 2B 호우 한국도 2020년 천리안 2B라는 대기와 해양환경관측위성을 발사했습니다. 이 위성은 환경탑재체(GEMS, Geostationary Environment Monitoring Spectrometer)를 이용하여 미세먼지의 원인인 이산화질소, 오존 등의 기체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온실 효과 가스 탐지 기능은 없습니다. 국제과학자그룹 글로벌 탄소프로젝트가 2020년 공개한 대한민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세계 9위.앞으로 외국이 자신들의 위성 데이터를 근거로 한국의 에너지 문제를 판단하지 않도록 한국의 온실가스 감시 위성이 필요할지도 모릅니다.CCTV가 사회적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어느 정도 제한할 수밖에 없듯이 우주의 환경감시위성도 인간이 마음대로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을 우리 후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 꼭 필요한 선량한 기술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