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지 않는다 천문학자는 별을

저자가 들려주는 천문학자의 일상은 특별하지 않았다. 순간의 혹독함으로 시작해 불안에 시달렸고 그래도 계속하다 천문학자가 됐다. 돈을 벌어 가정을 꾸리고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고민하며 살아간다. 에세이 도입부와 결론부의 별에서 가져온 듯한 멋진 문장을 제외하면 개발자나 언론인의 일기라고 해도 좋을 것 같았다. 아니, ‘000의 일기’ 내의 000에게 어떤 직업을 가져와도 말이 되는 글이었다. 책에서 만난 것은 인사이트를 자랑하며 키워드 장사를 하는 지식인이 아니라 자신의 일을 열정적으로 대하는 직업인이며, 자신의 일의 역할을 공동체 안에서 끈질기게 고민하는 시민이었다.

나는 가끔 일에 대한 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하면서 어지러움을 느끼곤 한다. 일을 너무 많이 한다며 워라벨을 얘기하면서도 일을 잘하는 방법을 고민하며 일을 끊는다. 한 가지 일로는 먹고 살 수 없기 때문에 N작업을 이야기하고 새로운 도전, 자아탐구를 꿈꾸며 서브캐러를 말한다. 일이란 짧은 단어 속에 담겨 있는 욕망은 하나가 아니다. 워낙 많은 욕망이 걸렸기 때문에 일이라는 기호는 복잡해졌다. 일하면서 사는 우리의 삶도 그만큼 복잡해졌다. 복잡해졌기 때문에 의미를 계속 얻기 어려워졌다. 그래서 지금 이 일이 옳은지 이대로도 괜찮은지 더 쉽게 흔들린다. 천문학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복잡한 세상에 저항하는 듯한 단순한 이야기였다. 같은 자리에 오래 앉아 있는 삶에도 아름다움과 기쁨이 있다는 오래된 진실을 상기시키는 이야기였다.

천문학자는 아니지만 나도 별에 관한 문구를 몇 개 알고 있다. 먼저 하나. 인간은 고개를 들고 별을 바라보는 유일한 동물이다. 이때 별이 상징하는 것은 의미일 것이다. 인간만이 의미를 쫓는다. 또 하나의 문구, 별은 바라보는 자에게만 빛을 비춘다. 별이 의미라면 바라보는 자에게만 빛을 비추는 별은 누구나 자신만의 의미를 쥐고 살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된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 가운데 자신만의 별을 쫓아다니는 나그네의 이미지는 얼마나 아름다운가.어쩌면 직업 에세이의 윤리란 이런 것일지도 모른다. 여행자의 마음을 흔드는 대신 자신의 여정을 이야기함으로써 별빛을 계속 쫓도록 응원하는 것.복잡한 일의 의미체계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대신 단순하게 만들어 그 단순해진 장소에 타인에 대한 존경심이 깃들도록 하는 것. 별을 보지 않는 천문학자의 이야기 덕분에 당분간 나는 내 별빛을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따라갈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여유가 생긴다면 좀 더 너그러운 마음으로 다른 여행자들의 별을 쫓는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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