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장애 판정 후 갑상선암 발견 및 수술 입원일기
지난해 12월 건강염려증으로 캐나다에 돌아오자마자 건강검진을 받았다. 캐나다에서 이미 받은 혈액검사와 X-ray를 제외하고 갑상샘검사와 위내시경 그리고 대장검사를 받기로 했다. 건강진단을 받으려면 의사를 만나 상담한 뒤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렸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건강검진을 받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간 수치 확인을 위해 혈액검사를 마치고 유방 초음파를 받으러 가던 중 갑상선 검사를 하지 않은 사실을 발견하고 외과 담당 간호사가 보여 물어보았더니 초음파를 받는지 혈액검사를 받는지 물었다.
대개 갑상샘은 혈액검사를 먼저 하거나 혈액검사만 하기 위해 채혈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다시 채혈을 하기 싫었고 초음파가 더 정확하다는 간호사의 말에 그대로 초음파를 본다고 한다. 유방 CT가 끝나면 바로 준비한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의사를 만났는데 갑상샘 초음파를 끝내고 유방이 아주 예쁜데 갑상샘에 뭔가 보인다고 해서 더 큰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위 내시경 검사를 마치고 바로 대학병원에 전화했다. 역시 예약이 잡히지 않았다. 지금 당장 너무 궁금했어. 지인이 몇 달 전 갑상선 수술을 받고 물었더니 갑상선 전문병원이 있으면 그쪽에서 좀 더 빨리 해줄 수도 있다고 했다. 근처에 전문까지는 아니지만, 츤 검사를 실시하는 곳이 있어서, 그쪽으로 갔다. 의사선생님도 조직이 별로라고 하시니 새침한 검사를 한번 받아보자고 하셨다.
겨우 신경정신과를 다니며 마음을 어느 정도 추스렸다고 생각했는데 왜 나쁜 일과 돈을 써야 할 일이 한꺼번에 오는 건지… 검사 결과를 기다리던 일주일 동안 잠을 설쳤다. 츤 검사는 갑상선에 보이는 혹 또는 종양이 암인지를 확인하는 검사다. 가느다란 바늘을 목을 통과해 조직을 추출하는 검사이다. 참고로 아프지는 않아. 인하대병원의 조직검사에 비하면 이 정도는 간지러운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의사는 검사결과지를 보고 암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분명히 암이라고 했다. 정말 좋은 의사를 만났어, 내가. 환자에게 환자 앞에서 이건 암이 확실하다니. 어쨌든 여기도 1차 병원이 아니니까 의사가 결국 1차 병원에 가야 한다고 했는데 그쪽도 3개월 정도 지켜보자고 했어.
그 당시에는 몰랐지만 갑상샘암이 한동안 큰 화제가 됐다고 한다. 국립암센터에 다니던 친구도 갑상샘암 과잉진료에 관한 논문을 썼다고 한다. 통증이 없어 모르고 지나칠 수 있고 고령에 숨진 사람의 시신에서 갑상샘암이 발견되는 경우도 많을 정도로 치사율이 높지 않은 암. 예후가 좋은 암 외국에서는 수술도 안 하는 암 갑상샘암에도 종류가 3가지 정도 있는데 대부분 유두암일 확률이 많다고 했다. 최근에는 3개월마다 추적검사를 실시해 암이 얼마나 커지는지, 전이되는지에 따라 수술을 결정한다고 한다.
서울에는 도저히 못 가니까 인천은 대학병원, 인하대병원뿐이라는 게 생각이 안 났다. 의사의 의견을 듣고 곧바로 인하대병원으로 전화해 이진욱 교수의 예약을 잡았다. 친구가 의사 선생님도 잘 알아보고 가야 한다고 말해 프로필과 기사까지 스토커처럼 뒤적거리다 교수를 찾았다. 그는 얼마 전 가져온 초음파 사진과 결과지를 보고 바로 조직검사 일정을 잡았다. 3개월은? 교수님께 물어보니 교수님께서 지금까지 환자들에게 수술을 권하지 않으셨는데 그 결과 대부분의 환자들이 암이 커지거나 임파선으로 전이되는 경우를 보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수술을 받으라고 말씀하셨다.
실제 국내에서는 갑상샘 1cm 미만의 암의 경우 수술을 권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나왔다고 하지만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바로 말했다. 생검은 더 굵은 바늘로 하게 되었고 국소 마취도 행해졌다. 목이 좀 뻐근했지만 더 확실한 검사를 위해서라면.. 결국은 추가 조직 검사로 7만원 정도를 더 지불하게 되어 병원과 한번 싸움을… 다행히 위치가 임파선 근처는 아니었는데 혹시 다른 곳으로 전이되지 않았는지 CT와 수술 전 전신 무취 때문에 검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갑상샘 수술에는 일반적인 제거술과 고가의 로봇 수술, 그리고 내시경 수술이 있다. 이진욱 교수는 국내 외과 의사로서 최다 갑상샘 구강내시경 수술 사례를 가진 서울대 출신 교수다. 인하대병원에서는 수술 당일 입원 수속을 밟으라는 연락이 왔다. 다행히 친구가 준비해야할 것을 미리 알려줘서 준비를 마치고 2시까지 병원에 갔다. 5인실 병동 수술도 대학병원 입원도 처음이어서 (처음이자 마지막임을) 당황스럽다. 시끄럽고 분주할 줄 알았는데 너무 조용하고 아늑해서 시설도 좋았다. 건조한 것은 최악이었지만.
- 수건 (한개 더 챙겨주세요. 물에 담가 널어 놓으세요. 너무 건조해요.2. 슬리퍼 3. 담요 (전 원래 따뜻하게 자는 편이라 좀 추웠어요) 4. 속옷
- 어쩌고저쩌고 병실에 누우면 교수의 회진. ‘내가 첫 수술이래 너무 기분이 좋았다. 매도 빨리 맞아야 된대. 다행히 신경정신과 약은 당일 먹어도 된다고 하지만 12시 이후에는 무조건 금식. 물도 안 나왔다. 거의 4시간 잔 것 같아. 다음날 아침 7시에 모두 아침식사가 나오는데 저는 새벽에 수액을 받아 8시에 수술실에.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향하는 마음이 아직도 생생하다. 안경을 벗어서 그런지 아침부터 수술이 잘됐는지 다들 정신없이 수술이 끝났다. 아직도 간호사가 저걸 넣으면 된다며 온몸에 전신마취약이 들어가는 순간을 기억한다.
- 눈을 뜨면 회복실 수술을 마친 환자가 대기하다 어느 정도 진정이 되면 병실로 이동시킨다. 눈을 뜨고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옆에서 할머니가 토하시고 할아버지가 신음소리를 내며 나도 뭔가 아픈 것 같아 손을 쭉 들어 진통제를 놓아 달라고 부탁했다. 빨리 회복실에서 탈출하고 싶었어. 차례가 되면 부모님이 왜 이렇게 늦게 오냐고 하셔서 그냥 웃으면서 V를 했어
구강내시경 수술은 기도에 산소호흡기를 삽입하고 아랫입술과 혀 사이로 내시경을 삽입하는 수술이다. 수술 전날 외과 레지던트로부터 설명을 들었는데 좀 심한 것이었다. 수술하고 나서 진짜 목마르는 줄 알았어. 물도 4시간 동안 마시지 않고 2시간 동안 잠도 못 자게 한다. 전신마취가 채 낫지 않아 진통제까지 맞고 아프고 졸리고 배고픈, 한마디로 전쟁이었다. 그리고 생리까지. 입술도 터지고 수술 전날에는 산소호흡기와 수액도 터져 간호사와 바닥 청소를 했다.
피잔치에 각질 파티. 재미있는 것은 수술은 정말 무사히 마치고 남들보다 회복이 빨라서 화요일 아침에 퇴원했다. 가죽주머니에서 나오는 피의 상태에 따라 결정되지만 목요일이 되면 피도 안나오고 목소리도 이상없고 근육경직이나 저림증상도 없고 무엇보다 너~~~~~~~~~~~~~~아무리 집에 가고 싶어서 교수님께 집으로 가겠다고 부탁했다.
수술 후 전신마취로 폐가 작아져 심호흡과 가래는 무조건 뱉어야 한다고 열심히 심호흡을 했지만 가래는 도저히 뱉을 수 없다고 말했다. 첫날은 힘들지만 다음날부터는 무조건 뱉어야 한다고 한다. 병원에서는 가래를 중화시키는 약과 진통제를 따로 준다. 역시 우리나라 현대의학은 매우 발달했어.
지금은 집에서 요양하며 지내고 있다. 목운동 열심히 하라고 해서 목운동도 열심히 하고 많이 하라고 해서 말도 열심히 하고 있다. 어머니가 옆에서 지그시 앓는 딸 때문에 감기에 걸리고 우리 둘 다 감기까지 걸려 쇄골에 근육이 붙고 목이 퉁퉁 부어 있지만 목소리는 점점 나아지고 있다.
불안장애 때문에 약 때문에 걱정했는데 먹는 약과는 무관하다고 해 다행이었다. 병원에서 진통제도 맞고 해서인지 정신이 아찔했지만 조금 진정되지 않았다. 무엇보다 주변에 간호사가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잠이 오지 않으면 수면유도제나 수면제를 주기도 한다. 무섭고 긴장되고 걱정되고… 나만 덜렁거렸는데 다들 긴장해서 잠을 못잤어. 병원인 줄 알고 안심하고 먹으니 나중에 간호사들과 친해지기도 했다. 참고로 인하대 간호사들 다 너무 예뻐
다음 주 외래가 있어, 조직의 최종 결과가 나온다. 한 고비를 스스로 넘기고 있다. 진짜 어른이 되는 기분이야 입원 전날 두려움에 떨려 울며 기도했지만 순간 하나님도 믿지 않았다면 나는 무엇을 믿고 이렇게 힘든 시간을 버텼을까 하는 생각에 하나님께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했다. 저를 많이 칭찬해야 되니까 치마 두 개와 자전거도 샀다. 급소비 탕진주의 그래도 수고했어 아들
p.s. 내용 중복
불안과 공황장애를 가진 사람이 뜻밖의 증세를 고민해야 하는 곳이 병원이다. 특별히 검사받는… blog.naver.com